제20강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2)
마태복음 6:14-15

제126문 다섯째 간구는 무엇입니까?
답.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로, 이러한 간구입니다.
“주의 은혜의 증거가 우리 안에 있어서 우리가 이웃을 용서하기로 굳게 결심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보혈을 보시사 우리의 모든 죄과(罪過)와 아직도 우리 안에 있는 부패를
불쌍한 죄인인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우리에게 매일 먹을 양식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날마다 죄를 사하여 주시는 사죄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는 살 수 없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죄사함을 갈망하기 때문에 날마다 용서를 간구해야 합니다. 하나님과 바르고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면 죄 씻음 받아 우리 영혼이 깨끗해지고 밝아지고 힘을 얻어야 합니다. 영혼과 몸으로 지음받은 전인(全人)이 날마다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날마다 빵과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라는 말이 헬라어 성경과 킹 제임스 성경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자를 용서해 준 것같이 우리의 빚진 것도 용서해 주옵소서”(마 6:12)로 되어 있습니다. “빚”(debts)과 “죄”(sins)는 같은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주께서 기도를 가르치실 때 마태복음에서는 “빚진 것들”(?φειλ?ματα)로 말씀하셨고, 누가복음에서는 “죄들”(?μαρτ?α?)이라고 하셨습니다(눅 11:4). 죄를 빚으로 보고 표현한 데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면 빚 준 사람은 빚진 사람에 대하여 권리를 가집니다. 빚진 자가 채주에게 빚을 갚지 않는 것은 채권자로서의 그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채무자가 진 빚은 자기의 소유가 아니고 채주에게 속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반드시 갚든지 아니면 탕감을 받아야만 그가 진 빚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의(義)는 하나님의 권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의로운 삶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의 의로운 삶은 단지 하나님의 소망 사항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을 경배하도록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우리가 죄 없는 삶을 살지 않을 때에 우리는 하나님께 빚을 지는 것이며, 하나님의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 됩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자신의 형상 곧 참된 의(義)와 거룩함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에 인간에게 의롭고 거룩한 삶을 요구할 권리를 갖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의롭고 거룩하신 분이기 때문에 죄를 용납하실 수 없습니다(하박국 1:13 참조). 하나님은 우리 자신의 영혼과 몸과 우리의 모든 것에 대해 권리를 가지신 분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만드셨고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창조주요 구속자요 공급자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섬김과, 우리의 예배와, 우리의 순종과, 우리의 사랑을 요구하실 권리를 갖고 계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빚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에 대해 권리를 가지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기도를 가르치실 때, “우리의 빚들(죄들)을 용서하여 주소서”라고 간구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하지 못한 모든 죄(빚) 하나하나를 용서받아야 합니다. 하나님께 받은 모든 것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기지 못한 하나하나가 다 빚이요 죄인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을 가지고 감사함 없이 교만하게 자랑하고 이기적으로 사용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죄요 빚입니다. 건강, 재능, 소유, 시간, 모든 인간관계는 다 하나님이 주신 것인데 그것을 바로 사용하여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드리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사용한 죄를 날마다 사함받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살아계신 우리의 존귀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요,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는 것입니다.
      “빚”이라는 말은 우리의 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일깨워 줍니다. 빚이 있는 사람은 그 빚을 갚아야만 합니다. 갚지 않은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할 우리의 채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네 빚진 것을 계산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께 빚진 것을 갚아야 합니다. 빚진 것을 갚지 않으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싫어하십니다.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 그리스도의 순종을 통하여 지불이 되었지만, 또한 우리 자신도 살아계신 하나님께 감사의 산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이 큰 사랑의 빚을 진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감사를 표현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빚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범한 죄가 많아서 괴수 죄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큰 죄를 범하지 않았다고 해도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심정이 없고 감사를 표현하는 말과 행동과 일이 없다면 이것 역시 괴수 죄인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자비와 긍휼과 은총을 입은 내가 마땅히 감사한 마음을 품고 감사하는 일을 해야 할 터인데 이 큰 사랑의 빚을 잘 갚지 못한 괴수 죄인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수정 요함)
      우리 중에 누가 “나는 하나님께 빚진 것이 없고 갚아야 빚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참으로 잘 대해 주셨고, 많은 좋은 것을 주셨습니다. 그의 독생자도 우리를 위하여 내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을 어떻게 상대하며 섬기고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내게 잘 대해 주시는 것처럼 나도 하나님을 잘 대하고 있습니까? 이것을 생각할 때에 우리의 죄들, 곧 빚이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죄들(곧 빚진 것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간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회개해야 할 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죄들을 기억조차 못하고 하루하루 지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모든 것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지 못한 죄와 형제를 나 자신처럼 사랑하지 못한 죄를 자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이기적인 생각, 마땅히 했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하지 않아야 할 말과 행동, 지나친 반응, 자기 자랑, 조심 없이 내뱉은 말들, 시기와 미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상처를 입힌 것, 마지못해 범한 죄, 고의로 범한 죄, 은밀한 죄, 죄로 인식조차 못하는 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많은 죄들이 있는데 어찌 날마다 죄사함을 간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죄로 더럽혀진 인간이기 때문에 죄에 이끌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죄성(sinful nature)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 죄악된 본성과, 우리의 허물과 죄를 불쌍한 죄인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간구해야 합니다.(수정 요함) 우리의 모든 죄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돌려져서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단번에 이루신 제사로 다 담당하셨음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대속의 은혜를 믿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죄가 예수님의 보혈의 공로 때문에 용서받았음을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가련한 죄인입니다. 루터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의인인 동시에 죄인입니다.” 우리가 비록 거듭난 새 본성을 따라 의(義)를 좋아하고 죄를 싫어하지만, 우리 안에 남아있는 죄가 여전히 우리를 사로잡으려 하고 우리의 언행심사를 죄로 더럽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목전에서 불쌍한 죄인이요 죄사함을 간구할 수밖에 없는 자입니다.
      “우리”라는 말은 죄사함을 간구하지 않아도 될 만한 그리스도인은 한 사람도 없음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다 죄사함이 필요한 불쌍한 죄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그분의 의(義)를 입은 의인(義人)인 동시에, 성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에 여전히 하나님 보시기에 온전하지 못하고 죄와 허물로 얼룩진 불쌍한 죄인임을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죄사함의 은혜를 우리가 받았으며 그 은혜를 누리는 입장에 있다고 해서 우리의 죄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영적으로 성숙한 자가 될수록 자신의 영혼 안에 거하는 죄를 가장 잘 인식하게 됩니다. 다윗은 “나는 내 죄와 허물을 아오니 내 죄가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시 51:3)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불쌍한 죄인임을 알고 “내 죄가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보다 더 거룩하게 되고 더욱 하나님을 사랑하며 일편단심으로 하나님을 섬기고자 한다면, 마음으로부터 부패성과 허물로 오염된 불쌍한 죄인임을 깊이 인식하고 그것 때문에 근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나의 삶은 날마다 나의 죄책(빚더미)을 증가시킬 뿐임”을 고백할 수 있게 됩니다. 날마다 죄를 범하고, 시간마다 범죄하고, 분초마다 죄를 범하는 불쌍한 죄인을 용서하여 주옵소서라고 하게 될 것입니다. 내 안에 거하는 부패성과 나의 모든 허물들이 나를 사로잡아 나로 하여금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으로 살게 하는 것에 대한 탄식이 있어야 합니다. 죄로 이끌리는 자신과의 갈등이 있습니까?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있습니까? 우리는 금생에서 완전을 획득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완전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반율법주의자(Antinomian)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도덕율폐기론자들(반율법주의자들)은 “나는 이제 죄를 용서받았으니 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나의 가야 할 길을 마음 편히 갈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또한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죄를 말하지 않는다. 나는 성화를 이루어왔고, 나는 이제 거룩하다.” 우리는 완전주의나 도덕율폐기론 양편을 다 부정해야 합니다. 우리 각자는 날마다 주님의 보혈의 은혜가 필요한 불쌍한 죄인임을 알아야 합니다. 날마다 자신의 부패와 허물을 인하여 예수님께 나아가 “주님, 주님의 보혈 공로를 인하여 나의 죄과를 씻어주시고 가리워 주옵소서”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예수님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날마다 우리 스스로는 하나의 죄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배워야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입니다. 비록 우리가 은혜 안에서 영적으로 성숙하게 되었다하더라도 우리의 힘으로는 하나의 죄도 죽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경험을 가졌다 해도 우리의 경험으로 우리의 죄를 죽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죄들은 반드시 죽임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이것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오직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미암은 사죄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우리의 죄 곧 우리의 빚을 사하여 주소서”라고 간구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 간구는 우리의 죄가 사함 받을 수 있는 공로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가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죄가 사함을 받을 수 있기 위해 거룩하게 되도록 도와달라는 기도가 아닙니다. 우리의 빚(죄)이 탕감 받는 것은 우리가 세운 공로나 우리가 이룬 성화로 되지 않습니다. 죄사함 곧 빚 탕감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와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죄를(빚을) 사하여 주옵소서(탕감해 주소서)”라고 간구하라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