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강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1)
마태복음 4:1-11

제125문 넷째 간구는 무엇입니까?
답.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로 이러한 간구입니다.
“우리의 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내려 주시며,
그리하여 오직 주님이 모든 좋은 것의 근원임을 깨닫고 하시고,
주님의 복 주심이 없이는 우리의 염려나 노력, 심지어 주님의 선물조차도
우리에게 아무 유익이 되지 못함을 알게 하옵소서.
그러므로 우리로 하여금 어떤 피조물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 신뢰하게 하옵소서”

      마태복음 4장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신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첫 아담은 낙원에서 맛있는 여러 종류의 과실들이 많은 가운데서 시험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담으로 오신 예수님은 배고프고 먹을 것이 없는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바로 그 때에 마귀는 예수님을 시험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돌로 떡을 만드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고, 마귀는 예수님에게 이 돌들이 떡이 되게 하여 주린 배를 우선 채우라고 하였습니다. 예수께서 사탄에게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여기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용할 양식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뜻) 곧 신령한 것들임을 밝히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에서, 우리가 죄사함을 구하는 것보다 먼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해야 할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 자신에 관한 간구들 중에 일용할 양식을 첫 번째로 간구하도록 하신 이 기도의 광범위한 내용과 그 의미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125문답을 참고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기도문에는 여섯 가지 간구들이 있습니다. 처음 세 가지는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에 관한 것입니다. 그 다음 세 가지는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일용할 양식, 죄사함, 악에서의 구출에 관한 것입니다. 일용할 양식에 대한 간구가 죄사함에 대한 간구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심은 우리의 현세적 필요가 중요하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인정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연약함과 염려를 하나님 아버지께 가지고 가서 아뢸 수 있다는 것을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길에서 하나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진토임을 기억하시고, 우리의 날마다의 삶에서 염려하는 문제들과 필요한 것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는 염려를 아시고 이런 염려로부터 우리를 건져주셔서 주님을 섬길 수 있게 해주십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염려와 필요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생각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Give us this day our daily bread)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일용할 양식(daily bread)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성경이 기록될 당시에 ‘빵’(bread)은 지금과는 달리 음식의 주요 품목입니다. 우리에게 ‘밥’이 음식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과 같습니다. 일용할 양식이란 먹고 마실 것과 입는 것과 모든 일용할 것 곧 신체적 및 현세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빵’ 혹은 ‘밥’은 음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매일의 삶을 유지함에 있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입을 옷과, 살 집과, 직장과, 일할 수 있는 힘과 건강, 그리고 매일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혜 등 모든 필요한 것들을 “일용할 양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간구는 음식뿐만 아니라 볼 수 있는 시력과, 들을 수 있는 청력과, 하나님의 선물들을 즐거워할 수 있는 기호와(taste, 즐기고 좋아함), 식욕과 소화력 등을 포함한 간구입니다. 우리의 몸과 영혼의 생존 유지에 필요한 모든 물질적인 것들(빛, 어두움, 추위, 더위, 비, 바람, 물, 공기, 태양 등등)을 우리에게 주시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하는 기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합니다. 이 간구는 정상적이고 건전한 날마다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일반적인 기쁨들도 포함합니다. 이 기도는 가족들이 함께 먹을 음식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좋은 관계와,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 것과, 가족이 함께 매일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양식(빵 또는 밥)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운데 매일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밥상에 아무리 먹을 것과 마실 것이 가득해도 다른 필요한 것들, 즉 가족 간에(부부 간 또는 부모와 자녀 간에) 화목하지 못하여 서로서로 다투고, 가족이 하나 되지 못하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면, 그 음식이 무슨 맛이 있겠습니까? 가정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있어야 가정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되는데, 이런 필요한 것은 없고 집 안에 불화와 긴장이 계속되어 지겨움과 탄식과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면, 그런 가정생활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 기도를 가르쳐주실 때에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 즉 일반 은혜와 복의 모든 것들을 마음에 두셨을 것입니다. 우리의 몸에 필요한 모든 것은 음식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랑도 필요합니다.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 부모에 대한 자녀들의 존경과 순종, 남편과 아내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간구의 내용이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고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의 모든 간구들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부와, 교인 전부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함을 가르치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나와 나의 가족에게 주옵소서라고 하지 않고 “우리에게” 주옵소서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구할 때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되 특별히 모든 믿음의 식구들을 품고 기도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 우리의 원수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고, 특별히 믿음의 가정들을 위해 일용할 양식을 주시기를 간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의 자녀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 기도에 모든 사람을 품고 간구하고자 할 것입니다. 우리가 위하여 기도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품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찌니라”(갈 6:10)라고 하셨습니다. “착한 일”에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기도, 특별히 믿음의 가정들을 위한 기도가 포함됩니다. 믿는 자는 다른 믿는 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과 한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믿는 자들에게 일용할 모든 것이 공급되어 감사와 기쁨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그리스도를 잘 증거할 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원하고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라 하셨을 때에 앞으로 한 주간, 한 달, 또는 몇 년간 먹을 양식이 아니라 기도하고 있는 바로 “이 날” 곧 “오늘” 먹을 양식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성경에는 “오늘날”로 번역되어 있는데 “오늘”로 고쳐야 합니다. 영어 성경에는 “Give us this day our daily bread”로 되어 있습니다. “this day”는 “today”를 의미합니다. “오늘”에 필요한 것만 위하여 기도한다고 해서 미래를 위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함부로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일 죽을 터이니 먹고 마시고 즐기자” 하는 것은 잘못된 정신이요 생활 태도입니다(고전 15:29-34 참조). 이것은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성경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기 가족이나 친족의 생활비를 위해 생활비를 어느 정도 마련해 두어야 가족의 생계를 돌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미래를 위해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도 없이 살라는 뜻이 아니고, 날마다 공급해 주셔서 살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날마다 베푸시는 공급의 은혜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살라고 하신 것입니다. 요셉은 앞으로 닥칠 흉년에 먹고 살 수 있기 위하여 여러 해 풍년을 누리는 동안 미래를 위해 잘 준비하였습니다(창 50:20-21 참조).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요 섭리임을 알고 요셉은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여름에 거두는 자는 지혜로운 아들이나 추수 때에 자는 자는 부끄러움을 끼치는 아들이니라”(잠 10:5). 예수님께서는 미래를 위하여 어떤 저축도 하지 말라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미래에 대한 지나친 염려를 하지 말고 날마다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정도 생활 자금을 준비하였다 해도 그것을 의지하지 말고 날마다 공급해주시는 주님의 은혜만을 의지하고 살라고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이신 주님은 어제의 하나님만이 아니고, 오늘의 하나님도 되시고, 내일의 하나님도 되십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염려에 압도되지 말고 재물에 대한 탐심을 버리며 재물을 의지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날마다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전적 의지하고 날마다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전심전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