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성령의 인격과 사역(1)
요한복음 16:1-15

제53문 성령에 관하여 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
    답 첫째, 성령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참되고 영원한 하나님이십니다.
       둘째, 그분은 또한 나에게도 주어져서 나로 하여금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그의 모든 은덕에 참여하게 하며 나를 위로하고 영원히 나와 함께 하십니다.

      우리는 성부 하나님을 모든 것을 작정하신 분으로, 모든 것의 창조자로, 모든 필요한 것을 공급하시며, 전능의 섭리로 보존해 주시며,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이 이루어지게 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으로, 신실하신 아버지로 알고 믿고 의지합니다.
      성자 하나님 주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이시요 동시에 참 인간이시며, 죄가 없으신 유일한 중보자와 구원자이심을 믿습니다.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은 그의 낮아지신 지위에서 성취하신 대속 사역을 그의 높아지신 지위에서 계속 입혀주시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중보 사역을 하시고, 또한 그의 신성과 위엄과 은혜와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 안에서 그의 구원 사역을 계속하십니다.
      성령 하나님은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과 함께 참되고 영원한 하나님이십니다. 성령님은 성부와 성자의 보내심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구속을 우리에게 적용시키는 일을 하십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은 구속 적용 사역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령님의 사역을 말할 때, 그분은 우리 안에 계시며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시켜 주시고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모든 은덕에 참여케 하시는 구속 적용 사역을 알고 고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낮아지시고 대속을 다 이루셨습니다. 부활하고 승천하셔서 중보자로 하늘에 계실 뿐만 아니라, 성령을 보내주시고 성령으로 세상 끝날까지 하나님의 교회 안에서 구원 사역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구원은 영원에서 시작되고 계획된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입니다. 구원의 경륜에 있어서 계획은 성부에게(엡 1:3,5; 요 17:6,9; 벧전 1:2), 성취는 성자에게(히 9:11-12; 롬 5:19; 요 19:30), 적용은 성령에게(요 14:16-17, 3:5; 롬 8:15)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구원에 있어서 계획과 성취와 적용이 다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의 사역에 근거되어 있습니다. 구원의 주도권을 하나님이 잡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구원의 은혜의 영광을 삼위일체 하나님께만 돌려야 합니다.
      비록 창조 사역은 성부 하나님께, 구속 사역은 성자 하나님께, 성화는 성령 하나님께 돌리고 있지만 우리의 창조와 구속과 성화는 모두 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입니다. 모든 사역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입니다. 어떤 사역도 삼위의 참여가 없이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진 일은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구속 사역의 전 과정에 성령께서 참여하신 사실을 성경이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도신경에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좀 더 자세히 고백하는데 비해서 성령에 대한 고백은 아주 짧습니다. “성령을 믿사오며”라는 고백뿐입니다. 성령님에 대한 고백이 짧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성령님은 자신을 드러내는 분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것들을 가지고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의 것들을 죄인들에게 계시하시는 것이 성령의 위대한 사역이기 때문에, 성령님은 성경에서 자신에 관한 것들을 많이 말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성령에 관한 고백이 비교적 짧은 이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둘째, 사도신경이 성령에 대해서 짧은 고백을 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고백(거룩한 보편적 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죄 사함과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믿사옵나이다 아멘)은 성령의 사역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짧은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셋째, 초기 교회의 신앙고백들이나 종교개혁 시대에 만들어진 신앙고백들(요리문답들 포함)은 성령 하나님에 관한 교리보다 성자 하나님인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교리에 더 많은 관심이 기울였습니다. 죄인들의 구원에 있어서 성령의 역할을 규명한 것은 보다 후기에 와서 이루어졌습니다. 루터는 구원의 유일한 근거로서 오직 그리스도만(Solus Christus)을 믿음으로만 의롭다 함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칼빈과 청교도들은 회심과 성화에 있어서 성령의 사역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칼빈은 ‘성령의 신학자’라 불리기도 합니다. 청교도 신학자 존 오웬(John Owen)과 토마스 굳윈(Thomas Goodwin)은 성령의 사역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구원을 적용하시는 성령의 사역들을 이전에 만들어진 그 어떤 고백서들보다 더 자세히 말하고 있습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10-18장 참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제53문에서 성령의 인격과 사역에 관해 한 문답으로 간단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인격과 사역에 관하여 다른 곳에서 여러 번 언급하고 있습니다. 제8문을 보면, 우리가 하나님의 성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제21문은 참된 믿음이란 성령께서 복음으로써 내 마음 속에 일으키신 굳은 신뢰라고 가르쳐줍니다. 제24문은 성화는 성령 하나님의 사역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25문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 곧 이 구별된 삼위는 한 분이시요 참되고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합니다. 제31문은 성령님은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그리스도에게 기름 부은 분이신 것과,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다스리시고 보존하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35문은 성령의 사역으로 그리스도께서 동정녀 마리아의 살과 피로부터 참된 인성(人性)을 취하셨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47문은 부활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말합니다. 제49문은 하늘에 오르신 그리스도께서 그의 지체인 우리를 그에게로 이끌어 올리실 것에 대한 보증으로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것과,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계신 그 위의 것을 구하고 땅의 것을 구하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제51문에서는 우리의 머리되신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그의 지체인 우리에게 하늘의 은사들을 부어주신다고 말합니다. 제54문은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의 처음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든 인류 가운데서 영생을 위하여 선택하신 교회를 참된 믿음으로 하나가 되도록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자신을 위하여 불러 모으시고 보존하시는 것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제65문은 오직 믿음으로만 우리가 그리스도와 그의 모든 은덕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 믿음은 성령에게서 온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67문에서도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이루신 단번의 제사에 우리의 구원이 근거되어 있다는 것을 성령께서 복음으로 가르치고 성례로 확증하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69-74문은 세례와 관련된 문답인데,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으로 우리의 모든 죄가 씻겨짐과, 성령으로 우리가 새롭게 되고 그리스도의 지체로 거룩하게 되어 점점 더 죄에 대하여 죽고 거룩하고 흠이 없는 삶을 사는 성화를 이루게 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80문은 “주의 만찬은 첫째,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십자가 위에서 단번에 이루신 유일의 제사에 의해 우리의 모든 죄가 완전히 사해졌음을 확증합니다. 둘째, 성령에 의해 우리는 그리스도에게 연합되었으며, 그의 참된 몸은 지금 하늘에 있고 하나님 우편에서 우리의 경배를 받으심을 확증합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제86문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오직 은혜로 구원 받은 우리가 선행을 해야 할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의 보혈로 우리를 구속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성령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여 그의 형상을 닮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삶으로써 하나님의 은덕에 감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찬양받으시기 위함이며, 또한 우리 각 사람이 그 열매로써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얻고, 경건한 삶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기 위함입니다.” 제103문은 제4계명에 관한 문답인데, 안식일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말씀의 봉사와 그 봉사를 위한 교육이 유지되기를 원하시며, 특히 안식의 날인 주일에 내가 하나님의 교회에 부지런히 참석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례에 참여하며 주님을 공적으로 부르고 가난한 자들에게 기독교적 자비를 행하기 원하십니다. 둘째, 나의 일생 동안 악한 일들을 그만두고, 주께서 그의 성령으로 내 안에서 일하시게 하며, 그럼으로써 영원한 안식이 이 세상에서부터 시작되기를 원하십니다.” 제115문은 “이 세상에서는 아무도 십계명을 완전히 지킬 수 없는데 하나님께서는 왜 그렇게 엄격히 십계명을 설교하게 하십니까?”입니다. 답은 “첫째, 평생 동안 우리의 죄악된 본성을 더욱더 알게 되고, 그리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사죄와 의로움을 더욱더 간절히 추구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둘째, 이 세상의 삶을 마치고 목적지인 완전에 이를 때까지, 하나님의 형상으로 더욱더 변화되기를 끊임없이 노력하고 하나님께 성령의 은혜를 구하기 위함입니다.” 성화의 은혜는 성령께서 주시는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116문과 제127문은 기도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기도가 필요한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감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또한 하나님께서는 그의 은혜와 성령을 오직 탄식하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구하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사람에게만 주시기 때문입니다”(제116문의 답). “우리 자신만으로는 너무나 연약하여 우리는 한 순간도 스스로 설 수 없사오며, 우리의 불구대천의 원수인 마귀와 세상과 우리의 육신은 끊임없이 우리를 공격하나이다. 그러하므로 주의 성령의 힘으로 우리를 친히 붙드시고 강하게 하셔서, 우리가 이 영적 전쟁에서 피하여 거꾸러지지 않고, 마침내 완전한 승리를 얻을 때까지 우리의 원수에 대해 항상 굳세게 대항하게 하시옵소서”(제127문의 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53문에서는 성령의 인격과 사역에 관하여 간략한 고백을 하고 있지만, 성령의 사역에 관한 진술이 요리문답 여러 곳에 나타나 있음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중생과 성화, 곧 구속 적용을 위한 성령의 사역에 대한 언급들은 제53문의 고백에 근거한 것입니다. 조직신학에서 말하는 구원의 서정(the Ordo Salutis)은 다 성령의 사역입니다. 성령의 사역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구원의 서정(부르심, 중생, 회개, 믿음, 칭의, 양자됨, 성화, 성도의 견인, 영화)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역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많은 사역들도 대부분이 성령의 구속 적용 사역과 관련된 일들입니다. 성경 기록을 위한 영감, 성경 이해를 위한 조명, 내주하시며, 가르치시고, 인도하시며, 보증하시고, 위로하시며, 기도하게 하시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로서 다른 지체들의 유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은사와 능력을 주시는 것이 다 성령의 사역에 속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의 심령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여러 가지 사역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