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후서 4 장

1절: 하나님 앞과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실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그의 나타나실 것과 그의 나라를 두고 엄히 명하노니
2절: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
3절: 때가 이르리니 사람이 바른 교훈을 받지 아니하며 귀가 가려워서 자기의 사욕을 좇을 스승을 많이 두고
4절: 또 그 귀를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좇으리라
5절: 그러나 너는 모든 일에 근신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도인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
6절: 관제와 같이 벌써 내가 부음이 되고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왔도다
7절: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8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

영국 청교도의 역사와 그 신앙정신
김 정 열

      21세기에 일어나는 청교도에 관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특별히 한국의 상황만 보더라도 청교도를 비롯한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출판사들 가운데 청교도나 혹은 개혁주의 계열의 도서들을 앞 다투어 번역 출판하는 현상은 과연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이것은 한편으로는 가벼워지는 이 시대를 향한 다행스러운 섭리이며, 동시에 이것이 마치 유행처럼 오고가는 사조들에 대한 일반적 관심이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라면 이보다 더 당황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측컨대 개혁주의 사상의 근간으로서의 청교도나 혹은 과거의 경건한 성도들에 대한 관심은 분명 오늘날의 영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듣기에 쉽고 신앙생활에 있어서 그리 어려운 과제도 주지 않으며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 주는 오늘날의 교회와 설교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신자들은 ‘편하지만 영적으로 깊은 감동은 없는’ 작금의 기독교에 대하여 분명한 염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지 못하거나 거절할지라도 신자들은 분명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과연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관한 기준은 있다. 심지어는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해도 근본적으로 기독교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영적 기준들은 갖추고 있다. 따라서 행동화되거나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분명 성경에 입각한 개혁적인 신앙의 행태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현재처럼 세속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이면에는 더욱 이런 생각들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경험하는 청교도를 비롯한 가장 성경적인 사상과 그 신앙생활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두 가지 사항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데, 하나는 가볍다 못해 세속화 되어가는 교회에 사람들이 서서히 싫증을 내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진정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항상 진리 그 자체라는 사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작은 관심이 진리와 그에 토대를 두고 있는 교회를 온전한 부흥으로 인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성경적 진리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세속화와 편한 신앙생활에 대한 관심과 집중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세속화를 가장 염려해야 할 곳은 이미 악해서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도시들이 아니라 은연중에 거룩함과 경건함을 포기하는 교회가 되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성경적 진리에 입각한 개혁 신앙을 유지하고 파수하며 선포하는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취할 자세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한 해답으로 우리는 청교도들의 신앙과 삶을 살피며 그들이 취하고자 했던 입장은 무엇인지를 공부함으로서 여전히 위협받고 있는 교회가 취할 유일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자 한다. 청교도들의 신앙 역사 속에는 오늘날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청교도란?
      언제 청교도가 시작되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그것은 하나의 명백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성경을 삶의 중심으로 놓으려는 개혁적 사상의 흐름이기 때문에 명확한 시기를 찾을 수 없다. 특별히 이 사상적인 흐름이 영국에서, 특히 헨리 8세 이후에 시작된 튜더 왕조, 더 부분적으로는 엘리자베스 1세 이후부터 시작된 일련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체계화된 신앙과 사상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는 독일에서 시작한 종교개혁이 전 유럽적 현상으로 정착하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국의 헨리 8세의 수장령 공포이후 영국교회의 개혁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나온 사상적인 흐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때문에 처음 청교도라는 말이 언제 사용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청교도라는 호칭이 처음 사용되었던 당시에는 약간 비난의 의미가 섞인 것이다. 그 의미 가운데는 ‘까다로운 사람(precisian)’, 혹은 ‘엄격한 사람(puritan)’이라는 의미가 강하고, 그 내면의 의미들은 훨씬 더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곤 하였는데 당시에 존재하던 여러 부류들(감독들, 궁중 간신들, 무대 시인들, 광대들, 술주정뱅이들, 불량배들)을 지칭하는 그런 말들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던 용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당시의 사람들이 스스로가 도달할 수 없는 신앙의 높은 경지를 가진 사람들을 비난하며 자신들의 영적인 수준으로 끌어 내리려는 어리석은 표현의 하나로 여겨진다. 
      청교도를 역사적인 의미로 본다면 영국의 수장령으로 촉발된 종교개혁 이후 성경 중심적이며, 개혁적 성향의 신앙과 사상적 흐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신앙적인 의미의 청교도라는 의미를 살핀다면 하나님 앞에서 가장 순수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경건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학적인 의미의 청교도를 규정한다면 그들은 과거 카톨릭교회를 탈피하여 성경만을 중심으로 하며, 교황사상이나 기타 카톨릭의 신학을 일체 배격한다. 물론 청교도들은 영국의 국교회도 배척하게 되는데 국교회 역시 과거 카톨릭과 별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영국 청교도의 역사
      영국 청교도의 역사는 그들의 종교개혁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영국의 종교개혁의 현상이 독일을 비롯한 다른 유럽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루터를 필두로 일어난 소위 종교개혁의 사상은 그동안 진행되던 교황 중심의 부정한 교회와 신학 사상에 대한 성경적이며 개혁적인 사상의 충돌로 야기된 것이다. 따라서 종교개혁이라는 말은 즉각적으로 ‘탈교황적’, 혹은 ‘반카톨릭적’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종교개혁은 이들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 이유는 바로 헨리 8세 때문이었다.
      특별히 영국에서의 종교적 상황과 배경의 몇 가지 특징을 나열한다면 과연 청교도와 개혁적 작업이 왜 필요한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살필 수 있는 것은 카톨릭이다. 영국에서의 카톨릭은 다른 대륙과 다를 바 없다. 아마도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던 가장 진부한 종교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카톨릭은 개혁의 대상이었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영국의 국교회이다. 영국 왕 헨리 8세가 자신의 개인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로마 카톨릭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종교개혁을 일으켜야만 했다. 헨리 8세는 종교개혁을 이루면서도 모든 실권은 정작 교회와 신도들에게 주는 대신 모든 것을 자신이 차지하게 된다. 결국 영국 국교회는 교황의 자리를 국왕이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로마 카톨릭과 유사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세속화 역시 영국의 종교현실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카톨릭 아래 있을 때에도 세속화가 있었지만, 갑자기 엄격한 계율조차 사라지고 기준이 깨어지자 사회는 보이지 않는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문제는 중세 기간 동안 지속되어온 성경과 하나님에 대한 무지의 만연이다. 일반인들은 성경도 모르고 교회가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다분히 형식적이었고 그나마 그 형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무지하였고, 이런 영적인 무지와 부패는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 수세기를 지나오면서 만연되어 있었다. 
      이런 토대에서의 청교도는 카톨릭과 영국 국교회, 그리고 개혁자들 사이에서도 분리파와 장로교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 세속화를 비롯한 영적인 무지의 문제 등 모든 면에서의 개혁적 과정을 주도해야만 했다. 더구나 이 일은 그저 종교적인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왕권과 정치의 아주 민감한 부분과 직결되어 있어서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헨리 8세(Henry VIII, 1491년~1547년)
      영국의 종교개혁은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헨리 8세에 의하여 매우 사적이며 동시에 비성경적 욕구로부터 시작되었다. 헨리 8세는 자신의 첫 번째 부인인 캐서린(Catherine of Aragon)과의 이혼 그리고 앤 볼린(Anne Boleyn)과의 재혼을 위하여 카톨릭 교회의 계율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어서 자신의 왕위를 걸고 종교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수장령(首長令, Acts of Supremacy, 1536년)을 반포하게 되고, 수장령은 결국 종교를 개혁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머리를 그 동안 교황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을 국왕이 차지하겠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개혁이었다.   
      이 변화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교황의 자리를 영국의 왕이 차지하는 정도의 변화였으며 대부분의 예전과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것은 비록 일련의 종교개혁이었지만, 보편적인 종교개혁의 의미를 통해 이 과정을 해석한다면 영국의 국교회는 실제 종교개혁의 사상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종교개혁은 청교도들이 감당하게 되었다. 결국 청교도들은 카톨릭의 모든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하여 국교회와도 등을 져야 했으며,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교리적으로는 필연적으로 칼빈주의를 채택하여야만 했다. 나태하고 게으르며 교만한 성직에 대한 환멸이 보다 고양된 신앙정신을 추구하게 하였고 개혁주의적 목회자관을 세웠으며 교회의 정치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것은 결국 장로교 체제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헨리 8세가 자신을 위한 종교개혁자였다는 것은 틴데일(William Tyndale, 1492년~1536년)을 순교케 한 일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한 자였기 때문에 교회의 진정한 개혁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고, 도리어 교회를 국왕의 수중에 넣어 성직을 자신이 임명하고 교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일에 몰두하였다. 비록 그는 교황을 배격하기는 하였지만, 자신이 그 권위를 가졌으며 교회의 순결이나 개인의 신앙적 순결 등은 관심이 없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던 초기의 개신교도들은 그가 성경을 허용하는 한편 성경을 통하여 교회를 판단하고 치리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을 보고 그를 비난하지 않았지만 그의 속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영국인들에게 자국어로 된 성경을 읽도록 만든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헨리 8세에 의하여 이단으로 지목된 뒤에 체포되어 교수형 뒤에 다시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에드워드 6세(Edward VI, 1537년~1553년)
      나이 어린 에드워드가 헨리 8세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을 때 가장 기뻐한 것은 개신교 인사들이었다. 물론 당시의 개신교가 오늘날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었다. 그들은 일종의 영국국교회를 위한 개신교도들이었다. 일테면 영국을 사랑하고 영국 교회를 사랑하기에 내부에서 교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무리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아직 신학적 능력이 없는 성직자들을 위하여 기도서와 예배를 위한 서적들을 출판하여 획일화된 예배 의식서(1549, 1552)를 만들어 냈으며, 42개조의 신조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이런 이면에는 당시의 대주교였던 크랜머(Thamas Cranmer, 1489년~1555년)가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에드워드 6세가 불과 6년을 재임하고 죽는 바람에 이런 모든 작업들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제임스 6세를 이어 왕위에 오른 그의 이복누이인 메리가 독실한 카톨릭 교도였기 때문이다.
  
      피의 메리(Mary I, 1516년~1558년)
      1553년 에드워드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메리는 영국을 로마로 복귀하도록 하였다. 본래 그의 모친(Catherine of Aragon)은 당시 카일 5세의 숙모였으며 종교적으로는 완전한 카톨릭이었다. 때문에 메리는 자신의 모친에 대한 절절한 사랑으로 당연히 카톨릭으로 회귀하는 한편 모친까지 복권시켰다.   
      그녀는 지금까지 진행된 부친 헨리 8세와 선왕(先王)인 에드워드 6세의 소기의 종교개혁적인 조치들을 모두 무효로 만들고, 개혁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죽였다. 그녀의 재임 기간은 5년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그녀의 손에 죽어간 사람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때문에 그녀를 ‘피의 메리(Bloody Mary)’라고 불렀다. 여러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그녀에게 탄압당하여 국외로 탈출한 사람의 수는 800명을 넘었고, 죽임을 당한 순교자는 3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때 순교한 사람들은 에드워드 6세를 도와 영국 교회의 개혁 작업을 선도하였던 토마스 크랜머(Thamas Cranmer)를 비롯하여 휴 라티머(Hugh Lartimer, 1485년~1555년), 니콜라스 리들리(Nicholas Ridley, 1500년~1555년), 존 후퍼(John Hooper, 1495~1555년) 등이 대표적인 사람들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 1533년~1603년)
      피의 메리가 죽고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하자 개혁적 인사들은 내심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의 계모이자 부친의 마지막 계비(繼妃)였던 캐서린 파(Katherine Parr, 1512년~1548년)에 의하여 다른 자녀들과 함께 개신교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부친으로부터 에드워드와 메리에 이르는 동안의 역사를 지켜보며 종교에 의하여 상당히 큰 혼란이 야기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그녀는 그야말로 중도노선을 견지하며 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영국국교회를 지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구나 교회의 모든 통치를 왕이 한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신구(新舊)간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실리를 얻기 위하여 수장령과 통일령(1559년)을 재확인 하여 국왕을 사실상 교회의 최고 권위로 인정하도록 하였다. 그와 동시에 국민에게 영국 국교회의 의식과 기도서를 강제로 지키게 함으로써 국교(國敎)의 위상을 세우며 카톨릭과 개혁자들을 동시에 압박하였다. 
      그녀는 더 효율적으로 교회를 지배하기 위하여 이전까지 있었던 일반 종교위원회를 재조정하며 격상시켜 고등종교위원회(Court of High Commission)를 만든 뒤에 이를 통해서 교회의 모든 문제들을 관할할 수 있는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였다. 고등종교위원회는 일종의 종교재판소로 교회와 종교인들의 모든 오류와 이단적인 주장, 교단의 분열이나 권리의 남용, 이미 세워진 규칙을 위반 하는 행위나 이를 모욕하는 행위 등의 문제들을 조사하고 징계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실질적인 종교 재판소였다. 
      사실 개혁적 사상을 가진 목회자들은 여왕이 재확인한 수장령이나 통일령 등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 국가가 만들어 놓은 과거와 아주 유사한 교회의 의식들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고등종교위원회는 개혁적 목회자들을 정직하거나 파면시켜 설교할 수 없도록 만들었는데, 약 300명의 목회자들이 로마의 잔재가 여전하고 비 성경적 의식을 반대한 이유로 목회지를 잃게 되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렇게 생긴 목회자의 공백을 채운 것은 그야말로 무자격 목회자들이었다. 그들은 설교의 능력도, 교인들을 훈련할 능력도 없었다. 단지 그들은 제공되는 기도문이나 설교문 등을 그냥 읽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지위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교회의 타락과 부패, 신자들의 신앙적 수준의 하락과 교회 개혁의 퇴조로 이어졌으며 불행히도 엘리자베스는 약 45년간 통치하며 영국의 국교회를 가장 든든하게 세우는 역할을 하였고, 반대로 청교도를 비롯한 개혁자들은 활로를 찾아 다른 지역을 전전하여야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청교도 목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올바른 개혁을 위하여 헌신하였고, 특히 토마스 카트라이트(Thomas Cartwright, 1535년~1603년)는 장로교 정치체계를 주장하여 서서히 청교도의 신학적 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리차드 그린함(Richard Greenham, 1535년~1594년), 다니엘 다이크(Daniel Dyke, ?~1614년), 로버트 볼튼(Robert Bolton, 1572년~1631년), 그리고 복음주의의 선구자라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 퍼킨스(William Perkins, 1558년~1602년)와 조지 다우냄(George Downame, 1560년~1634년),과 헨리 제이콥(Henry Jacob, 1563년~1624년), 우리에게 ‘신학의 정수’라는 책으로 더 잘 알려진 개혁주의 신학자인 윌리엄 에임즈(William Ames, 1576년~1633년)도 동시대에 사역하고 있었다.

      제임스 1세(James I, 1603년~1625년) 
      엘리자베스 1세의 뒤를 이른 것은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였던 제임스 1세였다. 그는 정치와 종교에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정치에 있어서는 왕권신수설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었으며, 종교적으로 교리에 충실하려고 하는 장로파 신자였다. 비록 영국 국왕으로서 국교회의 수장이 되어야 했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모국인 스코틀랜드에는 국교회가 전파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가 청교도들과 충돌한 것은 신앙적이고 교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였다. 강력한 군주제를 추구하는 그에 반하여 신정(神政)을 원하는 청교도들이 원활한 의사를 소통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임스 1세가 장로교파의 신자라는 사실을 아는 청교도들은 약 1천명에 가까운 목회자들의 서명을 받아 왕에게 천명의 청원(Millenary Petition)을 제출하였는데, 이는 성직자가 다른 직업에 동시에 종사하는 일의 폐지, 목회자의 학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 공동기도서와 교리 문답서의 개정, 성경의 번역, 그리고 감독제를 폐지하여 달라는 주장 등을 담고 있었다. 
      제임스 1세는 이들과 함께 회동하여 소위 ‘햄프턴 궁정의 회담’(1604년)이라 불리는 갖게 되었다. 이 회동을 통하여 왕은 다른 부분의 개혁은 약속하였지만 감독제를 폐지하지는 않겠다고 강력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는 “감독 없이는 왕이 없다”는 발언을 통하여 결코 왕권의 약화를 원치 않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제임스 1세의 통치 기간 동안 영국의 개혁자들은 약 3개의 분파로 나뉘었다. 하나는 교회 내부에 끝까지 남아서 국교회까지 개혁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영국 국교회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개혁 작업이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과 마지막 하나는 완전한 분리를 주장하는 의견, 즉 왕을 수장으로 하는 감독교회 체제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분리하여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극심한 박해를 받은 것은 당연히 분리파들이었으며, 이미 이들은 박해와 탄압을 피하여 새로운 대륙으로 이주하는 작업을 점진적으로 취하고 있었다. 
      제임스 1세는 청교도들과 약속한 성경 번역을 위하여 약 54명의 전문위원을 직접 위촉하였으며 이들로 하여금 이전의 영역 성경과 원어 성경을 연구하여 번역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킹제임스 성경(King James Version, 1611년)이 출판되었으며, 이는 이후 영어 문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한편 이후 약 300년 이상 영어 성경의 표준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공헌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1세는 1618년 청교도들의 안식일 준수주의에 대하여 정면으로 위배되는 ‘운동경기서(the book of Sports)’를 출간하였다. 이 책의 요지는 안식일 엄수주의에서 탈피하여 주일 오후에도 운동 경기를 즐길 수 있다고 권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그간의 개혁적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며 청교도들에 대한 은근한 견제와 탄압의 신호탄처럼 보였다. 
      이 당시에 제임스 1세를 도와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청교도들을 탄압하였던 사람은 바로 켄터베리 대주교였던 죤 휫기프트(John Whitgift, 1530~1604년)였다. 그는 엘리자베스 1세 때부터 열렬한 국교도로서 왕권 강화와 청교도들의 증가를 압제하기 위하여 애쓰던 인물로 제임스 1세를 도와서는 더욱 청교도 탄압에 앞장섰다. 그는 왕과 청교도들 사이에 맺어진 일련의 햄프턴 약속도 전적으로 무시하고 청교도들을 탄압하였는데, 윌리엄 에임스, 리챠드 십스(Richard Sibbes, 1577년~1635년), 존 프레스톤(John Preston, 1587년~1628년) 등이 가장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윌리엄 구쥐(William Gouge, 1578년~1653년), 존 볼(John ball, 1585년~1640년), 예레미야 버로tm(Jermiah Borroughs, 1599년~1646년) 등이 동시대에 사역하고 있었으며, 미국으로 이주한 죤 카튼(John Cotton, 1584년~1652년)도 당시에 활동하고 있었다.

      찰스 1세(Charles I, 재임 1625년~1649년) 
      청교도들이 활동하던 오랜 기간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기간 동안 재위한 찰스 1세는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위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 유행하기 시작한 아르미니우스주의(Arminianism)를 추종하기 시작하였으며 자신의 이런 신앙적 색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당시 가장 걸출한 알미니안이었던 윌리엄 로드(William Laud, 1573년~1645년)를 대주교로 임명하였다. 이렇게 됨으로 이전까지 칼빈주의 신학으로 기울어 있던 개혁자들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공분을 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윌리엄 로드의 행위는 마치 카톨릭 교회로의 회귀를 보는 듯하였다. 성찬대가 구별되어 회중은 따로 떨어져야 했으며 의식이 교회의 장식 등이 설교를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결국 이런 행위들은 분열되어 있던 개혁자들을 하나로 결집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점차 반대의 목소리는 높아져갔다. 이런 이상한 개혁 때문에 청교도들은 일체의 공직을 가질 수 없었고, 대학에서 가르칠 수도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국교회를 개혁할 수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영국에 남아 있을 수도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어 끝내 영국을 떠나야 하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청교도들은 정계에 진출하여 의회를 통해서 왕을 견제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자 했지만 찰스 1세는 1629년 이래 의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윌리엄 로드의 반시대적 개혁안을 스코틀랜드의 장로교도들에게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은 스코틀랜드인들에게 강력한 반대를 야기하였고, 급기야 이를 불순하게 여긴 찰스 1세는 스코틀랜드와 일전을 치르기 위하여 부득이 의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  
      1640년 개회된 의회에서는 찰스 1세의 목적과는 달리 청교도들이 준비한 내용들(감독제 폐지 고등종교위원회의 폐지, 정기적인 의회 개최 요구 등)이 요구되었으며, 찰스 1세는 이를 거부함으로써 의회파와 왕당파 사이에 격돌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후로 약 7년 간의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데 이를 소위 ‘청교도혁명’이라고 부른다.  
      사실 의회파와 왕당파 사이의 내전은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였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사태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의회파의 군대는 사실 전쟁 초기에는 군인으로서의 역할만 충실하게 감당하고 있었다. 특히 토머스 페어팩스(Thomas Fairfax, 1612년~1671년)와 그의 부관이었던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 1599년~1658년)은 여러 차례의 전쟁에서 잘 훈련된 신형군(New Model Army)으로 승전을 일구어 낸다. 그런데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의회파의 내부에서 찰스 1세와 다시 정치적인 타협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군대는 불안한 나머지 모든 권한을 크롬웰에게 넘기게 되고 결국 하원 의원들을 숙청해 버리고 나머지 의원들로만 의회를 구성하여(殘部議會) 전쟁을 종료한다. 결국 체포된 찰스 1세는 왕을 재판할 수 있는 고등법정에 의하여 사형이 구형되어 집행되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정리된 것이 1649년 1월 30일이었다. 
      청교도혁명 중이던 1643년부터 시작되어 1649년 찰스 1세의 사형과 때를 같이하여 완성된 예배 모범(Directory of worship),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Westminster Confession), 대요리 문답서(Larger Catechism), 소요리 문답서(Shorter Catechism) 등은 당시대의 가장 위대한 신앙과 신학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개혁적 청교도들의 앞날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특히 전쟁이 종료된 뒤에 크롬웰은 스스로 호국경(護國卿, Lord Protector)이 되어 왕정을 대체하면서 보이지 않는 변화가 개시 되었다. 
      그것은 크롬웰이 동일한 청교도 내부에서도 독립파(회중파)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내전 당시 찰스 1세와 긴밀하게 타협을 모색하려던 일단의 장로교도들을 알고 있었던 크롬웰은 정치와 종교적인 면에서 그들을 배척하는 정책을 펴곤 하였다. 결국 크롬웰이 죽고 그의 아들 리처드 크롬웰이 호국경의 지위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왕정복고를 통해 등장한 찰스 2세에게 물러나야 했다.

      찰스 2세(Charles II, 재임 1660년~1685년 재위) 
      찰스 2세의 등장을 도운 것은 사실상 장로교 정치체계를 지지하던 장로교인들이었다. 그들은 찰스 2세가 복위되면 장로교를 영국의 국교로 삼겠다는 말을 믿고 왕정복고를 도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게 나타났다. 일단 왕위에 오른 찰스 2세는 영국교회에 감독을 새로이 부활하는 한편 1662년에 새로운 종교 통일령을 공포하는 한편 영국국교회 공동기도문(Anglican Book of Common Prayer)의 시행을 강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2천 여 명이 넘는 청교도 목사들이 스스로 사퇴하거나 쫓겨나게 된다. 이어진 후속 조치들은 더 당황스러운 내용들로서, 국교도가 아닌 경우에는 옥스퍼드(Oxford)와 캠브리지(Cambridge) 대학에서 학위를 딸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일로 인하여 이전보다 더 많은 학교가 설립되기는 하였지만, 그 동안 청교도의 산실이었던 두 학교는 더 이상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제임스 2세(James II, 1633년~1701년)
      찰스 2세를 이어 1685년에 왕위에 오른 제임스 2세는 원래 카톨릭 교도였기에 이전까지 진행되던 국교회를 아예 로마카톨릭으로 환원하고자 사도하였다. 그러나 국민들과 다른 왕당파가 반대하는 바람에 그의 세력은 약화되었고, 1688년에 있었던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을 통하여 그는 폐위되었다.

      윌리엄 3세(William Ⅲ, 1650년~1702년), 메리 2세(Mary II, 1662년~1694년) 공동통치
      이런 과정이 대부분 정리된 것은 제임스 2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오렌지 윌리엄과 그의 아내 메리에 의해서였다. 두 사람은 1689년 합동으로 왕관을 쓰고 왕위에 오른 뒤에 “종교 관용령”을 반포하여 종교의 자유를 확보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윌리엄과 메리에게 후일 권리장전(Bill of Rights, 1689년)으로 개칭된 권리선언, 즉 ‘왕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과세와 법률 제정이 가능하다.’는 선언에 동의하면 왕위에 오를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요청하고, 두 사람이 이것을 받아들이므로 결국 윌리엄과 메리는 공동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됨으로 지난 46년간 있었던 종교와 정치의 반목과 갈등 등이 일부 치유되고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1690년에는 지난 1653년 이후 폐지되었던 장로교 총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당시는 청교도들의 절정기(1640년~1691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대부분의 청교도 저술가들과 목회자들은 대부분 이 시대에 활동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리차드 백스터(Richard Baxter 1615년~1691년)를 위시하여 죤 오웬(John Owen, 1616년~1683년), 에드워드 레이놀즈(Edward Reynolds, 1599년~1676년), 마튜 로렌스(Matthew Lawrence, 1600년~1679년), 윌리엄 브릿지(William Bridge, 1600년~1670년), 토마스 굳윈(Thomas Goodwin, 1600년~1679년), 존 게리(John Geree, 1601년~1649년), 토마스 쉐파드(Thomas Shepard, 1604년~1649년), 존 밀튼(John Milton, 1608년~1680년), 리챠드 얼레인(Richard Alleine, 1611년~1681년), 길스 훰인(Giles Firmin, 1614년~1697년), 윌리엄 거널(William Gurnall, 1616년~1679년), 윌리암 거드리(William Gurdri, 1620년~1665년), 토마스 맨튼(Thomas Menton, 1620년~1677년), 리챠드 길핀(Richard Gilpin, 1625년~1700년), 에드워드 피셔(Edward Fisher, 1627년~1656년), 존 번연(John Bunyan, 1628년~1688년), 존 플라벨(John Flavel, 1630년~1691년), 로버트 플레밍(Robert Fleming, 1630년~1694년), 존 하우(John Howe, 1630년~1706년), 죠셉 얼라인(Josep Allein, 1634년~1668년), 토마스 왓슨(Thomas Wastson, 1637년~1717년) 등이다.

      청교도들의 영적 특성
      사실 청교도들은 영국 교회의 사실상의 종교개혁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헨리 8세가 수장령을 발표하며 일종의 카톨릭으로부터의 종교개혁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개혁이라고 하기보다는 일종의 명칭의 변경과 같은 수준이었다. 카톨릭에서 국교회로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심지어 변방의 일반인들은 그런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진정한 종교개혁 사상을 접한 목회자들이 영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밖으로는 카톨릭과 싸워야 했고, 안으로는 국교회와 갈등을 빚어야 했으며 또한 개혁자들 내부에서도 회중주의를 선택한 사람들과 장로교 정치사상을 고수하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도 현격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모든 상황이 그들에게는 실로 피곤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고 있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점에 집중하고 있었던가?  
      청교도들에게서 가장 확실하게 발견되는 특성은 일종의 ‘균형’과 전체를 아우르는 영적 통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균형이라는 말은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고려한 조화라는 말이다. 과거 개혁되기 전의 교회는 무조건적인 교회중심이었고, 그것은 곧 교황이나 교권 중심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교회를 위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유익하고 복된 일이 아니라 교회 정치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고 그들의 배를 불리는 고약한 일이었다.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 전체는 교회의 존속과 유지를 위하여 세금처럼 헌금을 바쳐야했고, 로마 카톨릭을 위해 주변의 여러 나라들은 국부(國富)의 유출을 걱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하여 아무도 저항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상황 자체가 이미 오래 동안 관습적으로 진행되던 것이었을 뿐 아니라, 그것은 결국 신성한 하나님에게 대한 도전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저항은 교황을 비롯한 실제 힘을 가진 자들에 대한 대단히 무례한 일로 치부되어 전쟁도 불사할만한 불경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 백 년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회가 중심이 되면서 동시에 그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피부에 와 닿게 전달하는 것이다. 때문에 개혁자들은 바른 목회와 교회관이라는 것이 결코 삶의 현장이나 혹은 개인의 삶의 영역과 유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현장들은 말씀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교회는 각 개인의 영적 삶에 충분한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영적 책무를 감당하여야 했다. 
      결국 개혁자들은 교회와 가정과 삶의 현장이 하나로 연결되며, 각각에서의 삶의 모습은 모두 동일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전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동안 교회 중심의 사상에서 항상 등한시 되었던 각 개인과 그의 삶의 현장, 그리고 가정 등에 대한 새로운(그러나 성경적인) 시각이 제공되었다. 교회가 경건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연코 성도 각 사람이 자신의 가정과 일터에서도 여전히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목회자들은 신자들에게 알려줘야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물론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심은 교회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그러나 그런 점 때문에 과거처럼 개인의 삶이 무시되고 무조건적인 순종과 충성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 교회의 확장이며 가정에서의 예배와 자녀 양육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더할 수 없는 중요한 일로 간주되었다. 
      자신의 직업의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성직(聖職)만이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이 모두 가치 있는 일이며, 그 현장에서 충성하는 일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또 다른 하나의 방법임을 배우게 된다. 이제 사람들은 교회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거룩함을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이 견지하고 있던 이런 사상의 근간은 다름 아닌 성경이었다. 그들은 항상 교회 중심이며, 동시에 가정 중심이었고, 그것의 근거들은 항상 성경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경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성경 중심이라는 것은 한편으로 무지했던 과거를 회복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교회 교육의 시급성을 부각하였고, 이런 연유로 다른 종교 개혁의 현장처럼 영국에서도 교리교육의 필요성이 시급히 대두되었다. 
      그들은 오랜 기도와 공부 끝에 요리문답들을 만들어 완성하였고, 신앙의 기초를 다듬을 수 있는 교리적 근간을 마련했다. 우리가 오늘날 만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비롯한 요리문답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마련된 가장 최고의 교리문답이라 할 수 있다. 
      성경 중심이 곧 교리 중심으로 확장되고, 교리 중심은 결국 설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책무를 요구하였다. 설교자들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성도들을 과거의 무지에서 끌어내어 교회중심, 성경중심 교리중심으로 이동시켜야만 했다. 그대로 방치하면 개혁은 결코 불가능하고 과거로의 회귀나 혹은 안일한 국교회의 수중으로 넘어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따라서 개혁을 추구하는 청교도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배우고 깨달은 성경의 진리를 설교를 통해 최선을 다하여 교훈하고, 성도들은 그 교훈을 가정과 일터로 가져가서 재송(再誦)하고 묵상하며 신앙의 기초, 신앙의 확장을 추구해야 했다.     
      청교도 목회자들이 담당하여야 할 일 가운데 또한 중요한 것은 교회와 교인들의 무지를 일깨우며 동시에 성경적 사상을 설파하는 일에 있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도덕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개혁까지를 감당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업이었다. 이는 단순한 성경의 번역이나 개인과 교회의 개별적 개혁을 선도하는 일보다 훨씬 광범위한 개혁과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청교도의 지도자들은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며, 그 범위는 가정에서 국왕까지 전체 영국 국민을 포함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틈만 나면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복음을 증거하였다. 주일은 당연하고 심지어는 왕의 앞에서도 청교도 설교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당당하게 선포하고 모든 정사(政事)와 권세(權勢)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질 뿐 아니라 하나님께 충성하지 않는 한 그것을 하나님이 거두어 가실 수도 있음을 말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청교도 지도자들은 왕의 미움을 받았다. 기존의 정권을 향유하던 종교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는 옥에 갇히거나 매를 맞기도 하고, 추방을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였다. 그리고 더한 경우에는 목숨도 잃는 경우가 허다하여 순교자들의 피가 도시를 덮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성경적 개혁의 깃발을 내려놓지 않았다. 도리어 감옥에서 더 깊은 통찰을 하고, 추방당한 곳에서 더욱 경건한 무리들을 이끌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의 본모습이며,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영성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청교도 정신의 간헐적 단절의 원인
      그러나 청교도들이 항상 승리만을 쟁취한 것은 아니다. 사실 명예혁명이후 영국에서의 청교도는 그저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다. 워낙 영국은 안정된 국교회가 있었으며 일종의 승리 후에 취한 깊은 안도감이 생각보다 오래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 외에도 몇 가지 중요한 점이 청교도들의 지속적 부흥을 방해하였는데,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세속화와 지도자의 문제였다.
      청교도들의 개혁적 작업의 성과가 크기는 하지만 사람들 속에 만연해 있는 세속화는 사실 하루 이틀에 개혁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의 내면에는 한편으로는 경건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옛사람의 성품이 담겨져 있다. 더구나 청교도들의 개혁 작업이 모든 이들에게 찬성을 받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것을 시기하고 방해하려는 자들은 공공연히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의 힘겨운 영적 전투를 보란 듯이 비웃고 방해하곤 하였다. 제임스 1세가 개혁자들의 요구에 억지로 성경을 번역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한편, 안식일을 엄수하는 그들을 방해하기 위하여 ‘운동경기서(the book of Sports)’를 발행하는 악행을 저지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때로 이 세속화는 교회 안에서도 만연하여 경건한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매번 교회 안에서의 세속화의 문제는 과거와 연계되어 있곤 했다. 과거에는 충분히 용인되던 문제들이 청교도 목회자들의 출현으로 불가능해지고 심지어는 당연하던 문제들이 죄악으로 지목되거나 구원의 문제와 직결될 때에는 더욱 강력하게 저항하며 성경적이지 않은 세속적 기준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였다. 
      모든 이들이 기억하듯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의 후예인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1703년~1758년)는 결국 이런 교회의 세속화에 발목을 잡혀 교회를 사임해야만 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스토다드(Solomon Stoddard, 1643년~1729년)가 허용했던 성례에 대한 포용적인 입장을 철회하고 대신 엄격한 적용을 표명하며 불거진 교회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당시 일반화 되어 있던 불완전 서약(Halfway Covenant)은 외면적 성례를 받았으면 회개의 증거가 없이도 계약 안에 있다는 이유로 모든 이들을 성찬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혀용 하였다. 그야말로 부친이 그리스도인이면 자연스럽게 세례를 줄 정도였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성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개인적인 신앙고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그 신앙고백 안에는 교리에 관한 온전한 지식, 구원 받은 자로서의 외적 행위들, 그리고 더 중요한 참된 신앙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한 교인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강력한 신앙의 틀을 원치 않았다. 회심의 특별한 증거가 없이도 지금까지 편하게 살았는데 갑자기 그것을 강하게 적용하겠다고 하니 이미 느슨한 교회법에 익숙한 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교회 안에서의 은밀한 세속화가 교인들을 사로잡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강화되지 않고도 충분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데 자신들을 더욱 규제하고 더 깊은 성경중심주의로 가길 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교회 안팎의 세속화는 청교도의 확산을 가로막고 성경적 방향으로의 개혁은 답보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더불어 한 가지 빼 놓을 수 없는 쇠퇴의 원인은 바로 지도자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빠르게 교회가 안정되고 청교도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목회자의 수급이나 양성은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한편 영적 상태도 호전되었다. 이런 안정은 다른 한편으로 안일함으로 연결되거나 현상의 유지로 근근이 그 안정을 즐기게 된다. 사실 개혁교회의 표어는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는 말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만일 더 이상의 개혁을 원치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정체되고 후퇴하게 된다.
      교회의 급속한 안정은 결국 교회의 지도자들을 평이한 사역자로 길들였다. 과거 위기의 순간, 박해의 순간에 목숨을 걸던 걸출하고 특별한 목회자들은 사라지고 여러 면에서 평준화된 목회자들이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 정치와 목회가 안정되고 더 이상 목회자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목숨 걸고 개혁을 부르짖지 않아도 되는 현실은 그야말로 개혁적이고 야성(野性)이 있는 목회자들을 감소하게 했고 그저 현상적인 목회를 유지시켜 줄 전문적인 목회자들로 변모시켜 버린 것이다. 
      이런 기간이 2-300년 경과하면서 이런 걸출한 영적 지도자의 부재 혹은 목숨을 걸고 개혁을 부르짖는 사역자의 퇴조로 연결되었고, 불행히도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는 항상 순교의 피 위에 세워지기 마련인데, 그런 핍박과 고통이 사라진 것이 도리어 교회와 목회자들의 날카로운 영성을 빼앗아가고 현실안주 중심의 약해빠진 목회자로 전락시킨 것이며, 이것은 결국 청교도를 비롯한 개혁주의 진영이 오랜 시간 동안 연결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된 하나의 중요한 이유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 교회에서의 청교도의 적용
      영국의 청교도의 역사 혹은 그들의 신앙이 액면 그대로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그 명백한 이유는 신앙적인 배경과 문화적 토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국의 경우에는 아무리 망가졌다고 하더라도 수세기 이상 하나님과 그분의 존재에 대한 기본적 신앙은 자리하고 있었다. 어제 오늘 만들어지고 그 다음날 청교도들이 나타나 개혁을 부르짖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들에게는 부패하기는 하였지만 아주 오랜 시간동안 교회와 성경이 삶의 주변에 있었고, 이것은 사실 상당한 세계관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회의 역사는 일천하다. 120년 선교 역사를 자랑하기는 하지만, 본래 이 나라의 백성들은 다양한 종교 문화에 노출되어 있었고, 과거로부터 독특한 사상과 신앙과 신념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비록 기독교를 빠른 시간 안에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 어떤 종교보다 빠르게 교회가 부흥하기는 하였지만 그 신앙과 삶의 조화가 신자들의 삶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적용이나 수평적 시각만으로는 청교도 신앙이나 개혁 신앙을 접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가정, 그리고 삶의 현장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목회자의 통찰과 영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필요하다. 특별히 오늘날처럼 무기력해지고 더 이상 믿지 않는 자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이런 시대에는 그저 신학교에서 양산된 얌전한 목회자가 아니라 삶의 현장을 알면서도 경건을 추구하고, 교회를 위하면서도 성도들의 가정이 바로 세워지도록 격려하며 날마다 교회와 모든 목회 현장을 성경으로 되돌리려는 개혁에 목숨을 바치는 그런 목회자가 필요하다. 
      또한 신자들의 삶의 제일 된 가치는 무엇인가? 각 가정의 가장과 가정 전체가 회심되지 않는 한 그 가정의 영적 안위는 참으로 불안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안주하는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교회의 강단을 통해 설교되는 성경의 촉구에 귀를 기울이고, 가정과 가족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비성경적 잔재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일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청교도들이 즐겨 사용했던 설교를 기록하고 가정에 돌아가 그것을 모든 가족들이 함께 묵상하는 일은 그런 면에서 교회와 가정을 동시에 살리는 아름다운 전통이 될 것이다.  
      가정이나 교회의 진정한 개혁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바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기준은 성경이며, 성경에 부합하지 않으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중단시키거나 새롭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 교회의 대부분, 그리고 신자들의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은 바로 이런 적절한 기준에 관하여 공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바른 가정을 추구하고 가족들의 신앙이 하나님 앞에서 더욱 경건해 지기를 바라지만 실제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청교도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방법은 그저 성경을 많이 읽고 증거되는 설교를 반복적으로 묵상하며 온전하지 못한 것들을 삶의 현장에서 걷어내는 것 외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성경을 진정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리고 설교가 자신들의 삶에 꼭 필요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는 확신 가운데 그것을 귀히 여긴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신앙적인 과업들, 일테면 설교를 깊이 듣고 재송과 묵상을 반복하고,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라는 설교자의 권고를 온전히 순종한 것이다. 그리고 그리 단순한 순종이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도 여전한 진리처럼 작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