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절: 여호와는 맹세하고 변치 아니하시리라 이르시기를 너는 멜기세덱의 반차를 좇아 영원한 제사장이라 하셨도다

< 말씀 요약 >

     언약 신학으로 일컫는 개혁 신학에서는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성경에 있는 하나님의 언약들을 세 가지 언약으로 구분합니다. 구속 언약, 행위 언약, 그리고 은혜 언약으로 말합니다. 하나님의 언약들은 구약과 신약 성경 전체를 이어주고 구성하는 틀(frame, 짜맞추다, 뼈대)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언약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의 구원을 주권적으로 이루어 주시겠다는 것을 맹세로 약속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한하고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지혜와 권능과 사랑의 속성을 가지신 분이므로 역사 안에서 이루어지게 될 모든 일들을 위한 완벽한 계획을 미리 세우셨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만물을 창조하시고 그분의 섭리로 창조하신 만물을 보존하고 다스리고 사용하셔서 자신의 기쁘신 뜻을 이루시려고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고 설계하셨습니다. 이것을 가리켜 하나님의 작정(divine decree)이라고 말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문에서 하나님의 작정을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그의 뜻을 따라 세우신 그의 영원한 목적인데, 이로 말미암아 그의 영광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일을 미리 정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창조와 섭리의 사역으로 그분의 작정을 이루십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은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에 관하여 8개 조항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장차 일어날 모든 일을 영원에서(from all eternity) 그의 가장 지혜롭고 거룩한 그의 뜻의 계획(counsel, 도모)에 의해 자유롭게 그리고 변하지 않게 작정하셨습니다(1항). 하나님께서 장차 일어날 모든 일들을 작정하시는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선택하시고 예정(predestinated)하셨습니다. 그 밖의 사람들은 영원한 죽음에 이르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foreordained)(3항). 

     영생(구원)을 위하여 하나님이 선택하신 백성의 구속과 관련된 하나님의 작정은 다른 일반적 작정과는 다른 특별한 작정입니다.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을 죄에서 구속하시는 구원 계획은 특별한 것이므로 삼위 하나님이 영원에서 의논하시고 협약하셨습니다. 개혁 신학에서는 이것을 ‘구속 언약’이라고 말합니다. 

     이 구속 언약은 성경의 모든 언약들의 원천이 되는 언약입니다. 구속 언약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이요, 설계이며, 청사진입니다. 구속 언약은 하나님의 언약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언약입니다. 라틴어로 ‘팍툼 살루티스’(pactum salutis)라고 불리는 이 구속 언약은 은혜 언약의 기원이요 확고한 토대입니다. 

     이 구속 언약이 없다면 선택도, 성자의 성육신도, 십자가의 속죄를 위한 죽음과, 부활과,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약속도 없었을 것입니다. 구속 언약이 없었다면 죄인들인 우리의 구원도 없었을 것입니다. 구속 언약과 그 언약에 근거한 은혜 언약은 우리의 구원의 근거이며 토대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구원의 언약을 바로 알고 굳게 붙잡는 것이 구원을 굳게 붙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우리 구원의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구속 언약이란 영원 안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사이에 세워진 언약으로서, 이 언약에서 성부는 택자들의 구속자가 되도록 성자를 주시고 성자에게 택하신 자들의 구속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시고, 성자는 기꺼이 이런 조건들을 이루시는 데 동의하시며, 성령은 기꺼이 성자의 성취하신 구속 사역을 택하신 자들에게 적용하시기로 협약하신 것입니다. 구속 언약은 행위 언약이나 은혜 언약처럼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것이 아니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사이에 이루어진 협약입니다. 구속 언약은 성경의 다른 언약들과는 달리 시간(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창세 전 곧 영원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자신의 택자들과 맺으시는 모든 언약의 배후에는 구속 언약이 있습니다. 구속 언약은 모든 구원 역사의 기초이며, 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목적입니다. ‘구속 언약’이란 용어 자체는 성경에 나타나 있지 않지만, ‘구속 언약’ 교리는 성경 여러 곳에 나타나 있습니다(참고: 시 40:6-8, 110:1,2,4; 사 53장; 슥 6:12-13; 요 4-5장, 요 6:37,40, 10:18, 17장, 19:30; 엡 1:3-14; 롬 5:12-19; 고전 15:21-22; 갈 3:15-22; 마 1:18; 히 9:14; 롬 8:1-5 등등).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도 ‘구속 언약’이라는 용어 자체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구속 언약 교리를 가르치고 있는 내용은 암시되어 있습니다(참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과 8장). 

     우리는 구속 언약이 왜 중요한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구속 언약 교리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지만, 이 구속 언약 교리가 우리의 삶에 실제로 중요한 것 세 가지만 주목해 보겠습니다. 

     첫째, 구속 언약 교리는 우리에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사이에 있는 하나님의 완벽한 사랑과 복된 교제를 알려주고 참여하게 하심으로써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하나님과의 복된 교제 가운데 영원히 살면서 하나님의 은혜의 영광을 찬양하게 해 줍니다. 

     둘째, 구속 언약 교리는 그 언약의 중보자와 보증인으로서 그 언약을 이루기 위하여 성육신하시고, 죽으시기까지 순종하시고, 부활 승천하신 영광의 그리스도를 바라보도록 해 줍니다. 

     셋째, 구속 언약 교리는 삼위 하나님이 창세 전 곧 영원에서 그분의 무한한 지혜와 능력과 사랑으로 우리의 구원을 작정하시고 계획하셨다는 것을 앎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구원에 대한 확신과 말로 다할 수 없는 위로를 받게 됩니다. 

     성례(세례와 성찬)는 영원에서 하나님의 삼위 사이에 협약하신 이 구속 언약이 역사 안에서 은혜 언약으로 선포되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취된 “복음 약속(구원의 약속)의 눈에 보이는 거룩한 표와 인으로,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것입니다. 성례가 시행될 때, 하나님께서는 복음 약속을 우리에게 훨씬 더 충만하게 선언하고 확증하십니다. 이 약속은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이루신 단번의 제사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을 은혜로 주신다는 것입니다”(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66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