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절: 저희가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가로되 주여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16절: 또 두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가로되 주여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양을 치라

17절: 세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가로되 주여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을 주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

18절: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젊었을 때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19절: 이 말씀을 하심은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을 가리키심이러라 이 말씀을 하시고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 말씀 요약 >

초라한 베드로에게 찾아오신 예수님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두 번째 부르시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처음 베드로를 부르실 때에 “나를 따라오너라”(막 1:17)고 하셨는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다시 찾아오셨을 때에도 “나를 따르라”(요 21:19)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처음에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실 때나, 베드로를 두 번째로 부르실 때나, 베드로의 형편은 참으로 보잘 것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처음으로 베드로를 부르실 때, 베드로는 갈릴리의 평범한 한 어부였습니다. 그는 영적으로도 어두운 상태에 있었고, 세상적으로도 특별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막 1:17)고 하셨습니다. 보잘 것 없는 베드로를 그의 제자로 불러주신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였습니다. 그것은 특별한 은혜였고, 구원의 은혜였고, 신령한 은혜였습니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도 베드로처럼 특별한 은혜와 사랑을 받아 부르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 21장에서 두 번째로 부름을 받고 있는 베드로는 처음 부름을 받았을 때보다 어떤 의미에서 더 초라해진 베드로였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로 처음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는 아직 예수님이 누구신지 전혀 알지 못했고 믿음도 없었고 아직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기 전이었고,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목격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더 부끄럽고 초라할 것은 없었습니다. 부끄럽고 초라한 것이 있었다면 다 복음을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다 그러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예수님을 알고 믿었던 사람은 없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우리는 누구나 갈릴리 바닷가의 베드로와 같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 예수님을 믿기 전,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다 부끄럽고 유치하고 초라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부름을 받을 때의 베드로는 첫 번째 부름을 받았을 때의 베드로보다 훨씬 더 초라해진 베드로였습니다. 그동안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얼마나 많은 은혜를 주시고 얼마나 사랑해주셨습니까? 천국 복음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가르쳐주시고 하나님 나라의 권능을 얼마나 많이 분명하게 보여주셨습니까? 그런데도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습니다(요 18:15-27). 예수님을 세 번째 부인할 때에는 저주하며 맹세하기까지 하면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였습니다(마 26:74).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라고 대답했던 베드로,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마 26:33)라고 대답했던 베드로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얼마나 초라한 모습입니까? 베드로는 다시 초라한 베드로로 돌아왔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찾아오신 베드로는 그런 베드로였습니다.

갈릴리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던 베드로

베드로는 그 사이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적어도 세 번 만났지만, 베드로의 마음은 매우 무겁고 복잡했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실망감과 주님께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으로 매우 무겁고 복잡했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제자들에게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요 21:3)고 말하고는 바다로 향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베드로와 함께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들이 바다로 나간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사명을 다 저버리고 다시 옛 어부 생활로 돌아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주님을 위해서 살고자 하는 마음 가득했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믿는 믿음을 저버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신앙고백도 거짓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장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주님께서 떠나가시면 보혜사를 보내주신다고 하셨고, 보혜사가 오시면 그들을 인도해 주시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아직 보혜사가 오시지는 않았기에,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만큼의 신앙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베드로는 자기 자신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끼고 매우 낙심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양식이 필요했기에 물고기를 잡으러 나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그들은 아무 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가셔서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얻으리라”고 말씀하셨고, 제자들이 그렇게 하자 그물을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가 잡혔습니다(요 21:6). 그들이 잡은 고기를 세어보니 153마리나 되었습니다(요 21:11). 그때 예수님의 사랑하시는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시라”(7절)고 했고, 그 말은 들은 베드로는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내려가서 주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갔습니다(7절). 주님께서는 숯불을 피워놓고 계셨는데, 거기에는 생선과 떡이 놓여있었습니다(9절).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와서 조반을 먹으라”(12절)고 권하셨습니다. 베드로는 그 떡과 생선을 예수님께 받아 먹으면서도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러워서 차마 예수님의 얼굴을 제대로 뵙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나를 따르라

그들이 식사를 마치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15절).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세 번 질문하셨는데, 그 모든 질문은 결국 동일한, 하나의 질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15,16,17절)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너의 이전 신앙고백은 참된 것이었느냐?”고 묻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의심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예수님은 그런 신앙고백을 가지고도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의 연약함을 아셨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사랑했지만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것을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네가 여전히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베드로는 괴로움 가운데에서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라고 세 번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 어린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베드로의 상한 심령을 회복시키면서 베드로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밝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한 가지 말씀을 더해주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젊어서는 네가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18절). 이는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을 가리켜서 예고하신 말씀이었습니다(19절). 베드로가 주와 복음을 위하여 일하다가 복음을 인해서 고난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신 후에, 베드로에게 “나를 따르라”(19절)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베드로를 두 번째로 불러주시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첫 번째 부르심을 이미 받은 자들입니다. 그것은 주님의 특별한 은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연약해서, 우리는 지금 주님을 뵈올 면목이 없는 상태에 있을 수도 있고, 예수님을 믿기 전보다 오히려 좀더 초라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깊이 실망한 상태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가 주님께 보여드렸던 그 모든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보십니다. 주님을 사랑한다면 주님을 따르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따르라”고 우리를 거듭거듭 불러주십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띠 띠우고 원치 않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하더라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운명처럼 그 길로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