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절: 주의 사랑하시는 형제들아 우리가 항상 너희를 위하여 마땅히 하나님께 감사할 것은 하나님이 처음부터 너희를 택하사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하심이니

14절: 이를 위하여 우리 복음으로 너희를 부르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 말씀 요약 >

하나님께서 그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에게 성령님을 보내주신 것도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성령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많은 일들을 행하시는데, 성령님의 모든 사역은 한 마디로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구속을 적용시켜 주시는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성령님의 구속 적용의 사역 가운데에는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일(성화의 사역)이 있습니다. 소요리문답 제35문은 성령님의 거룩하게 하시는 사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묻고 답하고 있습니다. “문. 거룩하게 하심이란 무엇입니까? 답. 거룩하게 하심은 하나님께서 값없이 베푸시는 은혜의 행위인데, 이로써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전인적으로 새로워지게 되고, 점점 더 죄에 대하여는 죽고 의에 대하여는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의 성도들에게 편지하면서, 그들이 만세 전부터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아 구원을 얻은 사실을 인해 감사하면서, 그들이 구원을 받은 것은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는 믿음”을 일으켜 주시는 것, 이것이 성령님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행하시는 많은 사역들 가운데, 대표적인 두 사역입니다.

성령님의 결정적 성화의 사역

성령님께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사역은 크게 두 국면을 가집니다. 첫째로, 성령님께서는 우리를 거룩하게 하실 때에, 우리를 단번에 거룩하게 하십니다. 우리는 그것을 “결정적 성화(definitive sanctification, 또는 확정적 성화)”라고 부릅니다. 성령님께서는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참된 믿음을 일으켜 주셔서 그리스도와 연합시켜 주실 때에 우리를 단번에 거룩하게 하십니다. 우리가 거듭나서 예수님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될 때, 우리의 신분과 소속의 근본적이고, 결정적이고, 확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확정된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요일 3:2)고 하셨습니다. 이는 이미 확정된 사실로서, 확실하고(definite), 확고하고(decisive), 결정적(conclusive)입니다. 이제 우리는 세상과 구별된 “성도, 곧 거룩한 백성”이 되었고, 우리는 교회요,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있으며, 우리는 더 이상 죄 아래 있지 않고 은혜 아래 있습니다. 우리의 신분과 소속이 확실히, 결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사실은 확정되었고 불변입니다. 바로 이것이 신자의 “결정적 성화”입니다. 우리의 신분과 소속이 이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의 육신이 연약해지고, 우리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심지어 우리가 의식을 잃어도, 하나님은 강하시고 하나님이 우리를 여전히 기억해주시고 우리를 붙들어주시며, 우리를 영광으로 영접해 주실 것입니다. 그것이 구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의 자녀로 삼아주셨고, 이 사실은 불변이고 확정이고 결정되었습니다.

성령님의 점진적 성화의 사역

그러나 우리의 성화는 결정적 성화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성화는 이때부터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거듭나서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되었다면, 이제 우리는 이제 일평생에 걸쳐서 점진적이고도 전인적인 성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성화의 국면을 “점진적 성화(progressive sanctification)”라고 부릅니다. 점진적 성화는 우리의 일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전인격적인 성화입니다. 진리의 영이신 성령님께서는 특별히 “진리” 곧 말씀의 사역을 통해서 우리를 전인격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고 성숙하게 하십니다.

내면의 성화. 성령님께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실 때에 먼저 우리의 내면을 거룩하게 하십니다. 내면의 성화란 우리의 지성의 성화, 의지의 성화, 정서의 성화를 의미합니다. 성령님께서는 제일 먼저 우리의 지성을 거룩하게 하시는 일을 하십니다. 이는 곧 우리의 지성이 진리로 변화되고 새로워지고 성숙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성화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성령님께서는 우리를 거룩하게 하실 때에, 먼저 지성을 변화시키시고 새롭게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평생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공부하면서 진리를 알아가는 일에 있어서 계속해서 자라가야 합니다. 성령님께서는 그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하나님에 대하여, 그리스도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의 구원과 그 구원의 은혜에 대해서 알려주시고 일깨워주십니다. 이것이 우리의 지성의 성화입니다. 우리의 지성이 진리로 설득되고 거룩하게 되면, 우리의 의지와 정서도 거룩하게 되고 변화되고 새로워지고 깨끗하게 되고 성숙하게 되고 고상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전인격적인 변화이고, 우리의 일평생 계속되는 우리의 내면의 점진적인 성화입니다.

외면의 성화. 성령님께서는 우리의 내면만 거룩하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외면과 우리의 실제 삶과 언행을 거룩하게 하십니다. 신자의 성화는 내면에서만 일어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외면의 성화로 반드시 이어집니다. 우리의 내면이 진정으로 변화되었다면, 우리의 말도 변화되고 성숙하고, 우리의 행실도 변화되고 성숙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우리의 언행이 불경건하고 거짓되고 방탕하고 악했는데, 이제 그 언행이 경건하고 의롭고 깨끗하고 선하게 됩니다. 언행이 변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 성화를 잘 이루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언행을 보면 압니다. 우리의 성화는 전인격적인 성화입니다. “전인격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사람의 내면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 곧 실제 삶을 포함합니다. 그 사람의 언행(삶)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고 그 사람의 사람됨입니다. 우리의 성화는 우리의 언행을 통해서 반드시 드러나고 표현되고 입증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고 감출 수가 없습니다.

성령을 좇아 행하라

그리스도를 믿어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우리는 이제 성화의 긴 여정에 들어와 있습니다. 성령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면서 우리를 거룩으로 이끄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얼마나 변화되었습니까? 우리는 얼마나 성화를 이루었습니까? 우리의 성화가 참으로 더디고 느립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이토록 많은 은혜를 받고, 일평생 많은 말씀의 교훈을 받고, 성령의 내주하시는 은혜를 누렸으면서, 이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떤 그리스도인입니까? 우리의 인격과 삶에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같은 성령의 열매가 왜 이렇게 잘 드러나지 않는 것입니까?

존 머레이 목사님은 “현세에서의 신자의 상태는 정적인 현상 유지의 상태가 아니라 진보의 상태이다”([조직신학 II], 308)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신 후에, “너희는 구원 받았으니 이제 거기에 그대로 멈춰 있으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고 하셨고(출 19:6; 레 19:2),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벧전 1:15)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헤르만 바빙크는 “성화는 선물인 동시에 임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의 은혜를 잘 받아서 성화를 잘 이루며 살아갈 수 있습니까? 성령을 좇아 행할 때에만 그러한 성화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성령을 좇아 행하라고 하셨습니다(갈 5:16). 이는 성령님을 의지하고, 진리의 말씀을 의지하여 성화의 삶을 살아가라는 말입니다. 물론 성화는 전적 은혜로, 성령님의 역사로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것을 추구해야 하고 우리의 성화를 위해 힘써야 합니다. 성화는 성령의 역사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시는 명령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거듭나서 거룩하게 되었다면, 거룩하게 된 존재로서 거룩한 삶을 추구해야 하고 실제로 거룩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결정적 성화를 경험하였다면, 성령을 좇아, 진리를 좇아, 성화를 우리의 의무와 소원으로 삼고 점진적 성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씩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거룩으로 나아가는 복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